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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호 발행인 칼럼] ‘술이 좋으신가요?’
2017-05-06 20:34:11

최근 불경기의 여파로 이른바 혼술(혼자 음주), 홈술(집에서 음주)족이 늘어나면서 2차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을 닫는 술집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 소주 소비량은 증가한다는 보도가 있다. 혼술족이 늘어나는 것은 알코올 중독자의 증가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필자는 술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물러 받았다. 소주 원액을 사다 물로 희석시켜 항아리에 담아놓고 농사일을 하는 틈틈이 들락날락 한 잔씩 즐기셨던 애주가(愛酒家) 아버지, 30도짜리 안동 제비원 소주 큰 병을 마실 정도로 주량이 세셨던 아버지, 그래서 54세 젊은 나이에 알코올성 간경화로 단명을 하신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러 받았으니 술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주량 또한 세다. 한때 술을 즐기던 시절에는 바이주(白酒) 2병 정도는 너끈히 마셨으니 말이다. 물론 지난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신앙으로 술을 멀리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이 글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오래 전 상영된 ‘최종 분석(Final Analysis)’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킴 베신저 여사는 단 한 모금의 술만 마셔도 상스러운 욕을 하며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발광에 가까운 주정을 한다. 진정제를 맞고 나서야 주정이 멈추는 그녀에게 의사는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진료 차트를 이용해서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하려는 음모로 주정을 이용했다. 자기의 살인 행위가 우발적인 주정 상태의 결과로 그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위장을 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국 배심원들의 무죄 판결을 받아 내고, 정신 병원에서 치료받지만 곧 풀려나는 스토리의 영화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술에 취해 저지른 죄라고 해서 영화처럼 쉽게 무죄 석방되지는 않는다. 실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강력범들은 범죄 직전 긴장 완화를 위해 술을 마신다는 분석이 있다. 영화가 다소 과장되고 극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실제로 보통 사람보다 빨리 취하는 체질도 있다. 이들은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며, 조금 과했다 싶으면 의식을 잃기도 한다. 그런 반면에 필자의 친구는 하루도 술을 먹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중독이 되어 있다.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면서도 건강검진을 해 보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 친구를 만나면 “자네는 연구대상이니 죽으면 반드시 신체를 기증해야 한다”고 농을 던진다.

중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술잔을 돌려가며 마시는 음주 습관이 있다. 의사들은 이러한 습관이 간염 등 전염성 질환을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술 마시는 것을 부추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기 주량 이상으로 술을 마시게 된다고 만류한다. 이런 음주 습관 때문인지 지방간, 간경화, 간암 등의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통계도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주달’이라고 해서 알코올 중독에 의한 간 질환이 기록되어 있는데, 황달(黃疸) 가운데 가장 중(重)하며 가장 흔하다고 했다. 알코올 중독인지 여부를 알아보는 체크 리스트가 있는데, 눈동자에 노란 띠가 둘러져 있는 듯 보이며, 코가 빨갛고 몸에 여기 저기 멍이 들어 있는 사람은 중독자일 가능성이 높다. 술에 취해 넘어지고 부딪치기 때문이다. 또, 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 없거나 한 달에 몇 번씩 폭주를 한다면 이도 중독자이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술을 술로 풀겠다며 해장술을 하는 사람은 중독이 틀림 없다. 술을 먹고 필름이 끊겼다는 말을 하는데 이 역시 알코올 중독의 한 징표이다.

필자의 고종사촌 동생도 알코올 중독으로 사십 대 중반의 아까운 나이에 요절 했다. 명절에 고향을 찾았다가 동생을 만났는데, 대낮부터 술에 취해 똑 같은 소리를 자꾸 반복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렸다. 손을 떨다가도 소주 한 잔만 들어가면 멀쩡해지는 것을 보면서 술을 끊으라 신신당부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병원에 장기간 입원도 했지만 퇴원하면 재발해서 가족들을 얼마나 지치게 했는지 모른다. 결국 가족들의 원망 속에 쓸쓸히 짧은 일생을 마감했다.

성경 아가서 1장 2절에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나음이로구나’라는 구절이 나온다. 사랑이 와인보다 소중하다는 말이다. 자녀를 지극한 사랑으로 양육해서 반듯하고 성숙한 인격자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모의 책무이다. 자녀를 사랑한다면서 술 취한 모습을 매일 보여준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자녀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술의 유혹보다 더 크다면 알코올 중독이란 단어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알코올 유전자가 아닌 사랑의 유전자를 물러줘야 한다. 물론 힘들고 지치는 요즘이지만 음주량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가족들에게 행복과 평안을 주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미디어 광장 발행인 이윤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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