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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발행인 칼럼] - '으리'를 지키는 광장
2014-08-15 18:42:50

<200호 발행에 즈음하여> 

요즘 ‘으리’(의리의 신조어)가 유행이다. 모 음료업체에서 자사의 전통음료를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 ‘으리’ 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의리파 배우 ‘김보성’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광고는 ‘우리 몸에 대한 의리’를 주제로 무의식적으로 커피나 에너지음료와 같은 자극적인 음료를 마시는 소비자들의 식습관에 초점을 맞춰 무카페인, 무색소, 무탄산 음료로 소화와 숙취해소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00식혜’를 마시는 것이 우리 몸에 대한 의리임을 재미있게 담아내어 대박을 치고 있다.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새끼 오리에게 어미오리 대신 자기 모습을 가장 처음 보여줬더니 자신을 어미로 알고 졸졸 따라왔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었다. 오리는 생존을 위해 알을 깨고 나올 때 처음 본 존재를 제 어미라는 등식의 유전자가 있어 의심없이 따라 다니는데 이것이 새끼오리의 ‘의리’이다. 밥을 준 사람을 은인으로 알고 반가워하기도 하고 주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기도 하는 것이 동물들의 의리이다.

 

의리(義理)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사전에서 설명하는데 ‘사람관계에서 의로운 길을 걷는 것이다.’ 학교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사이에서 자주 사용한 단어가 ‘의리’이다. “사내자식이 의리가 있어야지”라던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자”라던가, “의리 빼면 시체야”라는 등 특별히 의리를 강조했었다. 또, 의리를 지킨 영웅들을 의사(義士)라고 부르며 그 뜻을 높인다.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안중근, 도시락 폭탄을 던진 윤봉길 , 그 외에도 나라와 민족의 대의(大義)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우리는 의사로 추앙하며, 그들의 행동에 의거(義擧)라는 이름을 붙인다.

 

옛 속담에 ‘의리는 산 같고 죽음은 홍모 같다’라는 말이 있다. 즉, 의리는 산같이 무겁고 죽음은 기러기의 털과 같이 가볍다는 뜻으로, 의리를 위하여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의리는 자기 생각과 행동을 성찰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노래한 윤동주의 시처럼 자기 성찰을 통해 부끄럼이 없다는 확신이 들 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바른 ‘의리’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빙산의 일각이나마 알려진 것처럼 꽌시(關係)를 통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엉켜 그들의 의리로 서로의 치부를 감싸준 ‘관피아’ 때문에 고귀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떠났다.

진짜 의리는 사람에게 충성은커녕 도리어 배신하는 것일 수 있다. 상사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불의한 것을 지시할 때 부당함을 말해주는 것, 그것을 고발하는 행동이 진짜 의리이며, 친구가 잘못 행할 때 바르게 충고해주는 것이 진정한 의리이며, 가진 자가 사회 정의를 위반했을 때 그것을 고발하는 것이 참된 의리다. 즉 의리는 공공성을 의식하며 사는 삶, 좁히면 자기 삶의 의미를 헤아리며 사는 '살아 있는 삶'에서 피어난다.

 

廣場이 월간지로 200호를 맞이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17년이라는 세월을 쉼 없이 달려왔다. 그동안 광장은 톈진 한겨레사회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불철주야 온힘을 다해왔다. 見利思義(견리사의) 즉, 이익을 보면 의리에 맞는가 어떤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열악한 발행 환경을 극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불이익을 당하거나, 모함을 당하거나, 공격을 받기도 했었지만 끝내 ‘으리’를 지키며 200호를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쉽게 약속을 하지 말라. 단 약속을 했으면 꼭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는 생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광장은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았고, 밤을 새면서라도 발행날짜를 지켜왔다. 200호까지 그렇게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으리를 지키는 광장이 될 것이다. 공익을 위해서로면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바른말을 하는 것, 감정에 따라 左顧右眄(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올바른 이치에 따라 판단하는 것, 독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려 많이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여 한겨레사회를 위해 부지런하고 正論(정론)을 펴는 ‘義理廣場(의리광장)’이 되도록 가일층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지금까지 광장에 보내주신 애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교민사회와 함께 더욱 발전하는 광장이 되도록 더 많은 사랑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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