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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용산 '중관춘'서 노트북 발품팔기
2007-04-18 10:20:27
중국 베이징의 최대 전자상가인 ‘중관춘(中關村)’ 지역. 베이징 북서부 중심지 시즈먼(西直門) 근처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다. IBM PC 부문을 인수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롄샹(聯想, 영문명 레노보, Lenovo)’을 비롯해 주요 IT 기업 및 닷컴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베이징대학 등 중국주요 대학들이 모여 있는 대학가와 맞닿아 있다.

17일 오후 2시 베이징 지하철 2호선과 택시를 번갈아 갈아타며 중관춘 지역에 도착했다. 이날은 매우 화창한 날씨여서인지 사람들이 더 붐비는 것 같았다. 중관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큰길을 따라 초대형 전자상가들이 늘어서 있는 형태로 형성되어 있다. 하이룽타워(海龍大廈)를 비롯해 기술매매센터(科貿中心) 등 대형 전자상가들이 마주보며 서 있다. 공사 중인 도로에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뒤엉켜, 신호등의 빨간 불을 서로 무시하는 건 예사다.

상가의 1층에는 노트북 PC 등 고가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고, 2층에는 디지털 카메라나 PDA, MP3P가 있는 등 위로 올라갈수록 보다 저렴한 제품들이 있다. 꼭대기에 음식점이 있어 식욕을 자극하는 것도 용산 전자랜드나 구의동 테크노마트가 비슷하다. 전자상가 신축 건물에는 아직 상점 입주가 덜 진행되어 빈 공간이 보였다. 근처에는 건설 중인 컴퓨터 대형 상가도 여럿 눈에 띄었다.

선인상가나 나진상가 등 용산 주요 상가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PC 주요 부품의 단품 판매도 상가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PC 조립 상담도 매우 활발했다. 주로 대만이나 중국산 브랜드 부품이 많지만, 삼성, 소니, HP 등 해외 주요 브랜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하이롱타워에서는 삼성과 인텔 광고가 상가 곳곳을 도배하다시피 한 것이 눈에 띄었다. 건물 외벽에는 외국계 기업 광고판과 중국 기업 광고가 섞여 혼란스러웠다. 상가 주변에는 사람들이 타고 온 자전거와 짐꾼들의 간이 손수레가 넘쳐났다.

중고 시장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속칭 ‘북간도’라고 불리는 중고 시장에 선인상가 일부 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수준이지만, 베이징 중관춘 한 건물에는 1층 전체가 중고장터다. 들어가니 환기가 제대로 안된 공간에 상점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전자제품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주로 노트북을 수리한 구형 모델이 많았다. 중고 거래는 한국보다는 훨씬 활발해 보였지만, 현지인들은 “항상 조심해서 구입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어떤 부품이 어떻게 사용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호객행위의 천국 = 실제 제품을 구입해 보기로 했다. 오늘의 구매 목표는 12.1인치 중국산 보급형 노트북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렌샹(또는 IBM)을 비롯해 하이얼(海爾), 창청(長城), 선저우(神舟, 영문명 하시) 등이 인기를 끈다. 중국 상인들은 가장 저렴한 노트북으로는 ‘선저우’를 으뜸으로 꼽고 있지만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종종 내 놓았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군소 업체들이 노트북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주로 14인치 이상 저가 노트북에 집중하고 있으며, 가격도 기대만큼 저렴하진 않다. 15인치급 초저가 일부 모델의 경우 4000위안(한화 약 50만원) 이하 제품도 눈에 띄었다.

중국에서도 ‘발품’을 팔아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중국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이 상점과 저 상점이 가격이 다르니 꼭 여러 곳에 문의해 본 뒤 구입하라”며 충고해줬다. 실제로 특정 모델을 중심으로 여러 곳을 비교해 본 결과 가격 차이가 컸다. 가격 차이가 크다는 뜻은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 상가의 1,2층은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들로 정신이 없었다. 통로 주변은 손님 반 직원 반이다. ‘선생님’을 연발하며 자사의 제품 모델을 일방적으로 읊는 사람은 물론이고, 아예 팔을 반 강제로 끌어당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제품을 실컷 둘러본 뒤에 구입하지 않더라도 흔쾌히 ‘하오(좋다)’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20여개 노트북을 매장을 둘러봤지만, 돌아설 때 단 한 번도 기분 나쁜 표정을 엿보지 못했다. 발걸음이 매우 가벼울 수밖에 없다.

◆영수증을 안 받으면 2% 깎아준다? = 용산 전자상가와 마찬가지로 ‘가격 흥정’은 필수다. 다만 가격 흥정을 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영수증을 받지 않으면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국내에 빗대어 말한다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거나 현금으로 구매할 때 가격이 낮아지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좀 더 싸게 해 달라”는 요청에 한 점원은 슬그머니 계산기를 꺼내 들더니 정가에서 ‘0.98’을 곱했다. 영수증을 받지 않으면 2%(0.02)만큼 깎아주겠다는 뜻이다. 다른 상점들에도 이 같은 제안은 똑같이 유효했다. 왜 2%를 할인해 줄 수 있는지를 묻자 점원은 즉답을 회피했다.

◆‘불법복제 타파’ 구호는 좋지만 효과는 ‘글쎄’ = 중관춘 지역에는 ‘지식산업을 보호하고,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몰아내자’는 계도용 구호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중국은 지난 주 대대적인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단속을 벌여 엄청난 양의 불법 DVD 및 복제 소프트웨어를 폐기 처분한 바 있다. 특히 지난 9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로 제소하는 등 국내외서 지적재산권 관련 이슈가 심상치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불법복제 DVD나 복제 CD를 판매하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도로변에서 불법복제 DVD를 판매하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지만 ‘불법 소프트웨어 천국’이라는 이미지는 어느 정도 벗은 듯 보였다. 한 현지 유학생은 “길거리에서 노골적으로 불법DVD를 파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지만, 상가 뒤편에는 아직도 불법 소프트웨어가 많이 있으며,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 상가에서조차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거리낌 없이 꺼내 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윈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저가형 노트북 한 대를 실제로 구매했더니, 별다른 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문판이나 영문판 윈도XP를 설치해 주겠다”며 복제 CD를 꺼내드는 모습이 늘 그랬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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