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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豫告)된 인재(人災)”[발행인 칼럼-199호]
2014-05-27 09:55:09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울컥 울컥 치미는 분노와 슬픔이 평상심을 잃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저만 살겠다고 뛰쳐나온 선장과 선원들을 원망도 해보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지 못한 정부에 대해 욕도 해보고, 이단인 구원파를 비난도 해보고, 김지하 시인의 담시 ‘오적(五賊)’도 읽으면서 사회 불의에 대해 방관해 온 것에 자책도 해보지만 그래도 이 낙심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다. TV만 틀면 어김없이 나오는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보는 것도 이젠 심장이 쿵쿵 띄며 긴장되고 짜증나 누구엔가 모를 울분을 풀기가 쉽지 않다.

 

세월호 참사로 너무나 많은 생명을 잃었다. 그것도 피어보지도 못한 금쪽같은 어린 생명 250명도 무참히 죽음을 맞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다 속절없이 차디찬 바닷물에 묻혀버린 그들을 생각하면, 특히 침몰 7시간 후까지 살아 있었다는 영상이 발견되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니 심장이 오그라든다. 특히, 재난 앞에 무너져 내린 시스템으로 허둥지둥 아까운 시간을 흘러 보낸 정부의 무능함과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꼴통들의 망언을 들으면 분노에 앞서 연민마저 느껴진다. 톈진한인회에서 마련한 조문소에 들려 기도를 하고 나오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며 만감이 교차한다.

 

이번 참사는 이미 예고된 인재(人災)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조리와 문제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한국인의 정신과 의식 문화가 반영된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정부를 욕하고, 도망쳐 나온 선장을 향해 입에 거품 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저주를 퍼붓지만 한국 사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부지기수임은 숨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그 상황에서 절대 그렇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중국에 처음 온 90년대 초반 중국인 협상파트너가 한국말로 ‘빨리 빨리’라고 해 깜짝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단교된 채 많은 세월 동안 교류가 없었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한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성급한 ‘빨리 빨리 문화’, 성장제일주의 풍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절제하는 브레이크보다 질주하는 엑셀레이터가 지배적인 사회, 빨리 빨리 성공해야 하고, 빨리 빨리 돈 벌어야 하고, 빨리 빨리 결과를 얻어야 하는 조급함과 각박함이 본능처럼 흐르고 있는 한국이 그것을 동력삼아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거듭해 선진국 문턱에는 진입했지만 균형과 절제력을 잃으면서 사회 구석구석을 침식시키는 부식제가 된 것이다.

 

평균 연봉 1억을 좌우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월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임금으로 살아가는 비정규직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극심한 빈부격차의 나라, 중소기업 사장의 수익이 대기업 주재원 급여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형적인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50세가 가까워 오면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 교민단체에서 봉사하려고 해도 능력보다 돈이 있어야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은 돈과 권력에 줄을 대고 있어야 사람대접을 받는 세상으로 인간다움이나 정의로움은 점차 뒤안길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사회이다.

 

공부 조금 못하면 왕따 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은 점점 늘어가고, 제자가 잘못해도 함부로 꾸짖지도 못하는 스승이 많아지는 교육, 속이고 모함하고,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야 내가 도태되지 않는 사회풍조에서는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처럼 보이도록 착각을 일으킨다. 이런 풍토에서 ‘바르게 살자’, ‘남을 먼저 생각하자’라는 교과서적인 윤리운동은 마냥 공허하게만 들린다. 이런 의식문화와 가치관에서 아름다운 인성이 형성되고 나를 희생해서 남을 구하는 숭고한 정신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세월호 선장이나 선원이 대량 생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물결이 온 나라를 덮고, 해외 교민사회에 까지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 슬픔에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은 떠난 어린 영혼들을 대하는 바른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슬픔을 그치고 의식을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고, 잘못된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 돈 보다는 생명의 고귀함을 알아야 하고, 성공보다는 관계의 귀중함도 깨달아야 한다. 교민사회 일원으로 문제에 방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갑과 을의 계약적 관계보다는 동반자적 동지애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진 자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잘못된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지기보다는 나는 여기에서 자유로운지를 성찰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국가에 위기가 왔을 때 나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과 애국의 마음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좋겠다. 그래서 국민 의식이 변하기를 바란다.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의식 개혁 운동이 일어나고 국가 개조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뼈를 깎는 성찰로 개혁하여 ‘빨리 빨리’ 문화를 배격하고 참된 인간성이 회복되는 사회를 만들어 오늘날 한국사회에 흐르고 있는 수많은 부조리를 씻어내기를 희망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월호의 아픔은 곧 다른 아픔으로 다가 올 것이다. 그래야 인재(人災)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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