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글마당

횡설수설
전체글 수: 96
203호 발행인 칼럼 "인정해야 할 ‘불공평’"
2014-09-22 12:21:27

우리들 대부분은 삶이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삶은 공평해야 한다는 그 믿음만 공평한 것이 현실이다.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며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된다고 가르치고 배우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현실성이 없는 평등이기에 숙명처럼 불공평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학교 때 사회 선생님은 모두가 평등하게 태어났다면 평등하게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학생들은 종종 선생님은 ‘사람 본다(편애한다는 경상도 방언)’라고 했다. 학급 친구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선생님을 만나고 간 다음부터 그 친구를 대하는 선생님의 언행에서 소위 있는 집 자식과의 차별을 이렇게 불평한 것이다.

 

‘돈만 있으면 귀신에게도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有錢能使鬼推磨)’는 중국 속담처럼 물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반대급부를 노리는 사람들은 뇌물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관철시키려 한다. 지금 중국의 행정, 사회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어 법치(法治)가 되고 있지만 필자가 처음 진출한 수 년 전만해도 관공서를 상대로 하는 일은 진행이 너무 늦고 복잡해 힘이 들었다. 그런데, 이웃에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한국기업은 모든 행정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다른 기업의 부러움이 되었는데 소문에 소나타 한 대(당시로서는 대단한 선물?)를 촌 정부에 기증했기 때문이란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말씀이 있다. 이렇게 살아간다면 나름의 공평은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살지는 않는다. 물론 이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신앙인들조차 완전히 일관되게 실천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사회는 인생이라는 경기를 공정하게 펼칠 수 있도록 규칙들을 만들고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킨다. 규칙이 없다면 무질서가 군림하기 때문이다.

실제 무언의 규칙뿐 아니라 말의 규범이 모든 관계를 통제한다. 부모의 가르침이나 종교적 가치관, 공동체 규범, 일반적인 삶의 경험들이 이런 규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규칙들의 근거가 무엇이든 이런 규칙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기대치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들이 내 기대치에 부합하고 내가 그들의 기대치에 부합한다면 서로 만족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서로 만족하는 관계’, 참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점이 하나 있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로 바로 ‘공정’함인데 때로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좌우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저마다 문화적 종교적 가치들에 바탕을 둔 자신만의 도덕적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개인은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관을 안고 살아간다. 어느 순간에는 이런 가치관들이 충돌할 것이고 그러면 누군가는 불공정함이 초래하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즉 상대방에게는 공정하게 여겨지는 것이 나에게는 지극히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전에 읽은 기사의 내용으로 중국어에 ‘不客氣’(부커치)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겸손해하거나 예의를 갖출 때 ‘편하게 계세요’라는 의미로 쓴다. 과거 주변 국가를 지배해왔던 중국인들에겐 약소국에서 조공을 바치러 사절이 오면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는 문화가 있었다. 중국인에게 ‘손님처럼 굴지 말라’는 말은 사양하지 말고 편안히 있으라는 의미가 됐다.

그런데 같은 ‘不客氣.’가 한국에선 정반대의 뜻으로 쓰인다. ‘객기 부리지 말라’는 말이다. 여기서 ‘객’은 옛날 조선 땅에 와서 허세를 부렸던 중국인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손님처럼 굴지 말라’는 것은 결국 ‘허세를 부리지 말라’라는 뜻이다.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문화적 관습적인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예로 우리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지금 한국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중 수출은 줄어들고, 유통기업과 노동집약산업이 철수하며, 삼성전자마저 사오미에게 1등자리를 내준 형편이다. 이렇게 된 원인을 보면 중국 사회와 시장의 불공평에 대해 불평하며 중국을 잘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중국을 잘 아는 전문가는 ‘100% 중국 회사로 변하는 것도, 한국식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고집하는 것도 위험하다’면서 중국의 특성을 잘 이해하면서 한국식 효율성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국땅 중국에서 우리가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중국의 모든 것, 즉 불평등까지도 인정하며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추천 : 0
코멘트 0
번호
제목
글쓴이
일자
추천
96
2017-05-06
0
95
2015-06-18
0
94
2015-06-18
0
93
2015-06-18
0
92
2015-06-18
0
91
2015-02-17
0
90
2015-01-23
0
89
2015-01-23
0
88
2015-01-23
0
87
2014-09-22
0
86
2014-09-05
0
85
2014-08-15
0
84
2014-08-15
0
83
2014-08-15
0
82
2014-08-15
0
81
2014-08-15
0
80
2014-05-27
0
79
2014-05-09
0
78
2011-08-15
0
77
2011-08-15
0
 
CopyrightⒸ by TJPlaza 2014.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