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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90세 노인의 생일날 일기[160호][TJ PLAZA칼럼]
2011-04-06 11:34:11

어느 90세 노인의 생일날 일기

글쓴이: 조성출 객원논설위원

 

지난 달 구미에 있는 고객사를 방문하기 위하여 한국에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오전 10 3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기에 KTX 열차를 타기 위해 620분 경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기에 택시는 막힘 없이 서울역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피곤한 몸을 의자에 깊숙이 묻고 휴식을 취하려는데 운전기사님이 돌연 건강에 대한 좋은 차가 있다자신도 효험을 보았으니 집에서 한번 만들어 마셔보라고 하신다.

건강차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있으신 분 같았는데 내용인 즉 보리차와 녹차 잎을 50:50으로 섞어 차를 만들어 마셔보라는 것이다. 자신도 형수님에게 배운 비법이라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데 감기도 걸리지 않고 몸을 보하는데 그만한 것이 없다고 하셨다.

사실 건강에 좋다고 하는 차가 얼마나 많은가? 종류도 많고 각기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이기에 관심을 둘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씀하시는 분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시는지 관심 없어 보이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서울역이 거의 다가와 갈쯤 그 분이 내게 물었다. “제가 회사택시를 운전한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 제 나이가 얼마나 보이십니까? 하면서 머리에 썼던 창이 달린 모자를 벗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런 질문이기도 하였었고 뒷좌석에 앉아 운전하시는 분의 나이를 맞추기도 쉽지 않았기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그분 왈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제가요! 올해로 일흔 다섯입니다!”

~ ? 절대 그렇게는 안 되어 보이세요! 연세가 그렇게 높으신 분이 개인택시도 아닌 회사 택시를 운전하시고, 이 새벽부터 일을 하신단 말입니까?”

, 그것이 다 제가 말씀 드린 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도 한번 드셔보세요

내 대답을 기회로 다시 한번 그 섞어 끓인 차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시는데….

그분의 얼굴을 운전석 위에 달린 조그만 후사경을 통해 바라보면서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내게 이렇게 강권하시듯이 다른 손님들에도 마찬가지 시겠지?” ‘연세도 연세려니와 참으로 대단한 열정을 지니신 분이시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사치례로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저도 한번 만들어 마셔보겠습니다고 대답했다. 이윽고 서울역에 도착하여 요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려 몇 발짝을 옮기려는데 ~어 손님!” “잠깐만요잠시 이쪽으로 와보실래요?” 그분이 택시 유리창을 내리고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혹시 차에 두고 내린 물건이라도?’ 하는 마음에 왜 그러세요?” 하며 다가서니, ”미안하지만 제 팔뚝을 한번 만져보시겠습니까? 하며 오른 팔을 쑥 내미는 것이 아닌가!

제가 왼손잡이인데도 오른팔 근육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옷에 가려져 있지만 내 손에 전해진 느낌은 어느 젊은이에 못지 않은 그런 단단함이 느껴졌다.

녹차 잎이나 보리차를 파는 것도 아니면서 열정적으로 그 차를 강권하시는 그분의 열정이 갑자기 내게 부딪혀 왔다.  나는 과연 내게 주어진 시간들에 대하여 이런 열정을 보이며 살고 있는가?는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30년은 자식으로서 살게 되고 두 번째 30년은 부모로서 살아야 하며 세번째 30년이 비로소 자기를 위한 삶을 사는 시기라는 글귀가 생각이 난다.

그 기사 분이야 말로 그렇게 사시는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몇 년 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적이 있었던 어느 노인이 자신의 90세 생일날 썼다는 일기가 생각났다.

나는 60 세에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30년 전이지요.

불경기에 직장에서 명예퇴직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퇴직의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불 때도 내가 60세까지 끄떡없이 버티며 정해진 정년에 명예롭게 퇴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직장에서 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나는 젊어서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인정을 받는 실력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힘을 기울였는지 모릅니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젊은이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끝없이 실력을 닦았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덕에 아무도 그 분야에서 내 실력을 능가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나는 무척 명예스럽게 퇴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정년이 되자 직장에서는 내게 좀 더 기회를 주려고 했지만 나는 사양했어요.

60세의 나이쯤 되고 보니, 나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연금을 받으며 안락한 여생을 즐기다가 남은 인생을 마감하고픈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평생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았기에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내가 30년 후인 90살 생일 때 자식들에게서 생일 케이크를 받는 순간 얼마나 내 인생에 대해 통한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60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그 이후 30년의 삶은 가장 부끄럽고 후회 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정년퇴직 후에 ‘이제 나는 다 살았다.

남은 생애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 덤으로 주어졌을 뿐이다하는 그저 그런 생각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허송세월 했던 것입니다.

죽기를 기다리는 삶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던 것입니다.

30년이라는 세월은 지금의 내 나이 90세로 따져 보아도 생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시간입니다.

내가 90년의 생일을 맞으면서 가장 후회한 것은 왜 30 년이라는 소중한 인생을 무기력하게 낭비하면서 살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만일 내가 정년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 '나 스스로가 다른 무엇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고, 늙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0살이지만 건강하고 정신이 또렷합니다.

혹시 앞으로 10년이나 더 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내가 혹시 10년 후에라도 왜 90살 때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이 그 분 하나일까?

열정적으로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곧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를 결정하는 확실한 씨앗이기에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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