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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161호][광장칼럼]
2011-04-07 11:32:39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다가오는 10년을 준비하자-


곽대중 <광장> 편집장

1.
최근 유학생 몇 명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취업길이 막막하다는 하소연이다. 도대체 자기가 왜 중국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이제와 후회하는 목소리도 있고, 입사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스펙을 갖춰야 하는지 물어오는 메일도 있었고, 대학을 옮기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의견을 구하는 학생도 있었다.


중국 정착 십여 년을 훌쩍 넘긴 선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다보면 ‘그때가 좋았지’하는 추억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때에는 한국 물건이라면 뭘 갖고 들어와도 다 잘 팔렸다”는 자랑스런 무용담은 “지금은 왜 이리 되는 일이 없을까, 앞으로는 무엇을 해먹고 살까”하는 기나긴 탄식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곽국장, 뭐 좋은 아이템 없어?”라는 질문과 함께. 그걸 알면 내가 여기 있겠나, 하는 표정으로 겸연쩍게 바라보며 서로가 배시시 웃을 뿐이다.


세상 어디나 떠나는 사람 있고, 들어오는 사람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교민사회는 유독 ‘들고 낢’에 민감하다. 사람들이 떠나간다는 소식을 자꾸 듣게 되면, 그것이 서너 번만 연거푸 들려와도, ‘이러다 나도 떠나는 건가’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옳은가 틀린가, 지금 이 땅에 희망이란 있는 건가 생각하며 밤잠 설치는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다. 유학생이든, 자영업자든, 크고 작은 기업의 경영자이든, 겉모습만 보았을 때는 심간 편할 것 같은 주재원이든, 만나보면 누구든 이러한 고민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2.
이번호 <광장>에도 소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부의 미래 2020 in Asia>를 읽다보면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구나’하는 긴장감이 바짝 뇌리를 죄어온다. 전통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모바일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新)산업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예고는 벌써부터 있었지만, 지난 십여 년동안 우리가 겪었던 변화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변화가 앞으로 10년 사이에 벌어질 것이라 한다. 지금 혁신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말라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마저 느껴진다.


누군가는 ‘지나친 호들갑’이라 깎아내기도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중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지, 게다가 앞으로 내가 부득불 이곳 ‘천진’ 땅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누구든 곰곰이 되돌아 볼 일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특히 제조업)이 중국으로 밀려들어왔던 이유는 ▲값싼 노동력 ▲중국 정부의 각종 우대혜택 ▲한국과의 지리, 역사, 문화, 경제적 인접성 ▲조선족이라는 교량의 존재로 다른 외국인에 비해 쉽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 등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저임금의 메리트가 없어지고, 기존의 우대혜택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서 ‘야반도주’라는 가슴 아픈 현상까지 생겨났고, 남북이 통일되어 북측의 노동력과 남측의 산업기반이 결합된다면 더더욱 기존에 중국이 가졌던 매력은 퇴색해갈 것이다. 나아가 동부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폭발한 선부(先富)의 시대를 지나 서남부까지 끌어안는 조화(和谐)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굳이 ‘천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기업도 많을 것이다.
가야 할 사람들은 가야겠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제 ‘이곳’이 갖는 메리트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갖는 경쟁력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번에 이메일로 질문을 하였던 유학생에게도 그렇게 답해주었다. 여기가 좋고 나쁨을 따지지 말고 네가 갖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따져보라고. 실력도 없는 사람들이 불만만 많은 법이다. 이곳이 싫으면 떠나면 되는 것이고, 남아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환경을 탓하지 말고 자신을 바꿔라.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한숨과 걱정으로 술잔만 들이키고 있으니, 그게 바로 루저(loser)가 아니고 무엇인가.

3.
중국 내수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 또한 벌써 몇 년 전부터 있어왔고, 그러자면 중국인들과 견주어 우리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10년간 내가 ‘먹고 살’ 거리는 무엇인지 또 한 번 되돌아보자.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앞으로도 10년동안 무사(?)할 것인가. 어떠한 기회의 요소와 위협의 요소가 있을 것이며, 나는 그것을 감당해낼 능력이 준비되어 있는가.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가슴이 먹먹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통쾌하게 ‘자신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될 대로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교민사회에 특수한 면이 있다면, 위기의 긴박감은 크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변화의 필요성은 절감하지 못하고, 행동의 타이밍 또한 늦다는 것이다. 오랜 중국생활의 탓일까, 본인들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사업패턴이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다. (물론 기업경영은 약간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지난 세월 중국을 통해 성취한 경험이 있는 탓에 ‘그럭저럭 어떻게 되겠지’하는 안이한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도 적잖이 만난다. “앞으로 10년을 준비하지 않으면 머잖아 죽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면 “10년 전에도, 그 10년 전에도, 그런 말은 있었어”라고 받아치는 식이다.

물론 10년 후, 그 다음 10년 후에도, 성실하게 일하는 자에게 하늘은 은혜를 베풀 것이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다가오는 10년은 지난 10년, 그 전의 10년과는 다르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이끌어왔던 성장동력, 그동안 중국에서 ‘먹고 살았던’ 성장동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는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고(이미 상당부분 진행중이다), 10년 후와 그 다음 10년 후를 지금부터 준비하여야 자신은 물론 자손들의 미래가 편안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필자의 능력에도 미치지 못하고 지면도 한정되어 있다. 다만 하고픈 말은, 이제 화려했던 지난날은 잊자는 말이다. 손쉬웠던 ‘코리안 황금광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런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장담한다. 이제 이 땅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중국인들과 진검승부를 할 것인지, 그것을 고민할 때이다.

이런 시가 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바람이 불지 않는다 / 그래도 살아야겠다.”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 개의 노트 혹은 절망 연습’에서, 남진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람에 몸을 싣자. 그 바람이 불지 않아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광야를 헤쳐가자. 벌써 4월이다. 봄바람이 분다. 나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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