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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와 朋友" [204호][광장칼럼]
2015-01-23 10:20:34


한가위에 중국의 각 상점마다 각양각색의 월병이 진열되어 있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추석에 한국에서는 각 가정마다 송편을 쪄서 먹는데 중국은 월병을 선물하면서 정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같은 중추절이지만 그 지내는 풍습은 양국 간에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월병은 보름달을 닮았는데 한국의 송편은 초생달을 닮은것이 양국민의 심성을 비교함에 있어 아주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이기도하다. 꽉 찬 보름달 보다는 비어 있으면서 차오르고 있는 초승달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에 비해 보다 여백을 중시하는 것이아닌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달을 의미하는 月자가 두 개가 있으면 중국말로 친구라는 의미가 되는 朋友의 朋자가 된다. 우리들도 한 때는 친구를 붕우라고 했듯이 펑요우(朋友)라는 말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한 때 우리는 동무라는 정겨운 말을 썼지만 북한이 동무라는 말을 혁명을 함께 한 동지라는 뜻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사용하는 관계로 우리 사회에서는 낯선 말이 되었고 지금은 친구를 보편적으로 쓰고 있다. 친구의 한자는 親舊로 이를 직역하면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 온 사이 정도가 되는데 우리사회에서 친구라는 말을 굳이 한자로 이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난 7월초에 주중한국문화원과 흑룡강성 정부간에 한중문화축제가 있어 하얼빈에 갔을 때,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흑룡강성 외사판공실 직원과 저녁을 하면서 재미나는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내게 朋友의 朋자가 月자 두개로 이루어져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朋자에 月이 두 개 있는 것은 친구는 모름지기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만나야한다는 뜻이란다. 한자로 日은 하루를 의미하기도 하고 한 해(年)를 의미하기도 한다. 만약에 朋이라는 글자가 日 두 개를 나란히 놓은 ‘日日’ 이 되었더라면 이틀에 한 번을 만나든가 2년에 한 번 만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틀에 한 번 만나서는 너무 번거롭고 2년에 한 번 만나서는 너무 격조해서 친구의 우정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친구의 설명에 너무나 공감이 가서 우리도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은 만나자고 다짐을 했던 즐거운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朋자에 대한 흑룡강성 친구의 유머러스 한 해석도 재미나지만 月자 두개로 되어 있는 朋자는 참으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어떻게 달이 두 개 있는데 친구라는 의미로 이해될까. 달보다 더 밝고 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태양(日)을 두 개 나란히 놓으면 더 멋있을 것인데 왜 하필 月일까. 태양(日)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만 달(月)은 日의 빛을 받아 반사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러니 친구란 불완전한 존재들이 함께 의지하고 그리워하는 그런 관계임을 月을 통하여 보여주고자 하는것은 아닐까. 내가 잘 나서 나의 생각을 주장하고 나의 입장과 체면을 중시하는 日보다는 나를 내려놓고 친구의 생각과 체면을 먼저 고려하는 月이 친구관계의 핵심가치임을 나타내고자 한 것은 아닐까.


朋友란 달과 달의 관계와 같아서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친구의 빛을 받아 나의 부족한 것을 돌아보고 서로 채우고 메꿔주는 그런 사이여야 한다. 그리고 친구를 더 잘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빛을 내려눟고 친구가 더 밝게 빛나도록 해야 한다. 태양처럼 내가 너무 강한 빛을 발하면 친구는 빛을 잃고 사라지게 된다. 친구를 빛나게 하기 위해 나의 빛을 줄일 수 있는 두 개의 달과 같은 朋友란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인가. 그리고 희미한 가운데 밝게 빛나는 친구를 바라보고 남몰래 지켜주고 도와주는 朋友는 얼마나 그윽하고도 정겨운가.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지난한 경지인가. 우리사회는 내가 친구보다 더 화려한 빛을 내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日日’友와 같은 친구관계를 향해 달려 왔다. 그러니 서로 내가 더 강한 빛을 내고 돋보이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일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패자로서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일등을 하는 자는 일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생을 헐떡여야 하고 그가 가는 곳엔 주변 사람들 또한 힘들어지고 불행해진다. 그에게는 주변의 동료도 가족도 그가 일등하는데 도움이 되면 선이고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가 되면 악이 된다.


흑룡강성의 친구는 나에게 친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중국에서는 친구가 많으면 그만큼 많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나 혼자서 요리를 시켜 먹으면 한 가지만 맛보게 된다. 둘이서 요리를 시키면 두 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셋이서 시키면 세 가지 요리를 맛보게 된다. 열 명의 친구가 함께 식사를 하면 열 가지 요리를 주문하여 함께 나눠먹을 수 있다. 좋은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중국의 식사문화를 통하여 웅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一衣帶水의 가까운 이웃이다. 오랜 역사적인 교류를 통해 문화로 통하고 마음으로 통하는 친척과 같은 친구이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 잘 낫다고 경쟁하고 다투는 관계가 아니라 달과 같이 서로를 비춰주고 격려하는 진정한 朋友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좋은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일본 또한 오늘날과 같은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하루빨리 과거의 만행을 뉘우치고 한국과 중국에 진정으로 사과함으로써한중일 세 나라가 평화로이 공존하는 동북아시대를 펼쳐나갔으면 한다.



[주중대한민국대사관문화원 김진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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