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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 아홉 마리 [114호][교포수필]
2007-04-18 15:16:43

암소 아홉 마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

 

뭇사람들의 심중에 온달은 바보였다. 이런 바보가 고구려에서 가장 훌륭한 장수가 되다니? 정말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이야기이다. 온달 자신마저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서발 막대 휘둘러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오두막에 외모가 초라한데다가 온달은 아무런 재주도 없다. 그저 매일 밥을 빌어다가 눈먼 어머니를 봉양하는 효성이 지극하고 마음씨 착한 걸인일 뿐이다. 만약 평강공주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온달의 한평생은 죽지 못해 간신히 연명해가는 그런 삶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강공주를 만난 후 온달은 차츰 질적인 변화를 가져와 나중에는 고구려에서 가장 뛰어난 장수로 거듭난다. 이건 전적으로 평강공주의 덕분이다. 남들은 온달을 바보로 취급하였으나 평강공주는 그렇게 인정하지 않았다. 온달을 현재의 모습이 아닌, 장차 변화될 늠름한 장수로 생각하였다. 평강공주의 기대대로 과연 온달은 남들의 멸시를 받는 바보에서 온 나라가 선망하는 출중한 장수가 되어 그 위엄을 온 누리에 떨치었다. 바보가 장수로 되다니, 될 법이나 한 일인가?  

 

1968, 미국 하버드대학 사회심리학 교수 로버트 로젠탈과 20여년 초등학교 교장사업을 해온 레노어 제이콥슨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하였다. 그 후 검사결과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학생명단을 교사들에게 넘기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특별히 강조하였다. 8개월 후 다시 진행한 지능 테스트 결과,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높았을 뿐 아니라 예전에 비하여 성적이 큰 폭으로 향상되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는가? 원인은 교사들이 전문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 의심치 않고 꼭 학업성적이 향상될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이 실험을 통해 교사가 학생이 꼭 우수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가르친다면 예상대로 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고 이런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이름하였다. 피그말리온이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이자 뛰어난 조각가이다. 자기가 만든 여자조각상을 몹시 사랑한 피그말리온이 조각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신한테 간절히 기도하였는데 마침내 소원 성취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 아리따운 여인과 결혼하여 달덩이 같은 딸까지 보았다. 이 그리스 신화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끝내는 뜻을 이루게 된다는 의미를 시사해준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학교나 학생만이 아닌 어느 분야, 어떤 사람에게나 다 신통한 만능처방이다.

 

세계 마라톤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우는 할리드 하누치, 대회출전마저 거부당한 무명의 할리드 하누치를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부각한 사람은 나중에 하누치의 부인이 된 산드라이다. 비록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1993년 모로코로부터 미국으로 건너왔으나 몇 년 동안 내내 성적이 부진하여 실의에 빠져있을 때 산드라는 하누치의 마음속에 꼭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가 될 것이라는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산드라의 격려와 체계적인 지도가 있었기에 1999년 시카고마라톤에서 2시간 542초로 세계기록을 갱신하였고 2002년 런던마라톤대회에서는 자신의 기록을 4초 앞당겨 2시간 538초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마라톤경기장을 온통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靛缸里不出白布(전항리차부출백포래-쪽항아리에서는 흰천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즉 나쁜 사람들 속에서는 좋은 사람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한 떨기 연꽃이 있으니, 그는 다름아닌 미국의 첫 흑인시장 제임스 퍼킨스이다. 공부는 뒷전이고 툭하면 말썽만 부리던 빈민굴의 불량소년 제임스 퍼킨스는 어느날 선생님으로부터 장차 시장이 될 상이란 말을 들고 급기야 환골탈태한다. 예전에 할머니가 늘 자기를 보고 20톤급 기선의 선장감이란 말은 귓등으로 들어왔으나 선생님의 말을 들고는 천지개벽의 변화를 가져온다. 옷매무시로부터 행동거지가 달라지기 시작하고 공부에 모든 심혈을 기울인다. 선생님의 예언을 가슴 깊이 아로새긴 퍼킨스는 늘 시장의 표준으로 자신을 엄히 요구하고 단속하였다. 30여 년이 지나 그는 마침내 미국 역사상 첫 흑인시장으로 되었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마을에서는 암소를 몰고 가서 청혼하는 풍습이 있다. 암소의 개수는 신부감의 우열에 따라 결정되는데 아주 훌륭한 신부감은   살진 암소를 세 마리, 좋은 신부감은 암소 두 마리, 보통 신부감은 암소 한 마리를 받는다. 암소 몇 마리를 받느냐에 따라 신부감의 인생판도와 미래가 좌우된다. 이 부족마을이 생긴 이래 암소 세 마리를 받은 사람은 딱 두 사람뿐이다. 어느날 추장의 아들이 암소 아홉 마리를 몰고 가서 청혼하였는데 기실 신부감은 전형적인 암소 한 마리, 기껏해야 암소 두 마리짜리 처녀였다. 하지만 죽마고우인 처녀를 줄곧 열렬히 사랑해온 추장의 아들은 정말 훌륭한 신부감만이 받을 수 있는 암소 세 마리란 상식을 깨고 아홉 마리나 몰고 가서 청혼하였다. 추장의 아들로부터 암소 아홉 마리를 받고 동방화촉의 밤을 밝힌 신부는 아홉 마리의 가치에 걸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여 드디어 미운 오리에서 아름다운 백조로 탈바꿈하였다.

 

크게 기대하면 크게 되고 작게 기대하면 작게 된다. 도대체 어느만큼 인정하고 기대하느냐에 따라 그 결실도 인생도 확연히 다르게 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지만 기실 세상에 다듬지 않은 옥이란 없다. 진짜 옥돌도 공력을 들여 갈고 갈아야 빛이 나거늘 범상한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 있으랴. 독일 고전주의의 대표자이며 세계적인 문학가인 괴테는 사람을 현재의 모습으로 대해주면 그저 현재의 그 모습에 머물러 있을 뿐이지만 마땅히 되어야 할 모습으로 대한다면 더 크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만약 암소 한 마리에 해당한 사람에게 암소 한 마리를 주면 그것을 세상의 전부로 착각하고 그것에 자족하고 더 진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암소 한 마리에 해당한 사람에게 암소 두 마리를 주면 고맙게 생각하고 향상하려 하며 생을 보다 다채롭게 꾸미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만약 암소 한 마리에 해당한 사람에게 암소 세 마리를 주면 감지덕지해 하고 기대에 어그러지지 않는 명실상부한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만약 암소 한 마리에 해당한 사람에게 암소 아홉 마리를 주면 의아해 하고 막연해하며 고민하고 방황하다가 진의를 깨친 뒤에는 넘어지고 쓰러지고 피를 흘려도 초심을 잃지 않고 필사적으로 가시밭길을 헤쳐나가 기어코 최정상에 오르고야 말 것이다.

 

조물주가 사람에게 부여한 잠재력은 무궁무진하고 신비롭다. 시장을 다녀오던 애 엄마가 베란다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순식간에 달려가 무사히 받아 안고, 왜소한 사람이 화염이 충천하는 불길 속에 뛰어들어 백 킬로가 넘는 금고를 번쩍 들고 나오듯 보통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의 힘이 누구에게나 휴화산마냥 잠재해 있다. 人定(인정성천- 사람이 꼭 하늘을 이긴다)이다. 굳게 믿어 의심치 않고 분발의 심지에 불을 달아 그 불꽃이 거세찬 불길로 활활 타오르게 한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승리의 상상봉에서 활짝 웃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추호도 의심할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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