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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 [조선족 수필] 파리
2006-12-28 09:36:01
파   리


                                                                                   이복철(전 해림시조선족중학교 교감)

삼복철에도 간혹 한 두 마리 날아다니던 파리가 처서가 지나 백로가 당장인 요즘 오히려 더 극성스럽다. 1층 화장실에서 난무하던 파리가 넓은 활동공간을 찾아 층계를 통해 올라온 모양이다.

파리나 모기나 다 귀찮은 존재다. 하지만 나하고는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는지 파리나 모기나 쩍하면 잘 달려든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을 무는 모기는 암모기 뿐이라 한다. 숫모기는 사람을 물지 않는단다. 모기가 잘 무는 사람을 차례로 배열하면 영아, 유아, 뚱뚱한 사람, 젊은 사람, 신체가 건강한 사람, 노인, 신체가 허약한 사람이고, 혈액형으로는 A형, O형, B형, AB형이라 한다. 나는 A형인데다가 뚱뚱한 스타일이니 영락없이 모기들의 제1 공격 대상이다. 여럿이 함께 있어도 유독 나한테만 모기들이 달려들어 피를 빨아내지 못해 발광을 한다. 그런데 파리마저 모기와 단짝이 되어 성가시게 군다.

한 사무실에 10여 명이 일을 보는데 딱 내 쪽에만 파리들이 자꾸 몰려드는 것 같다. 골판지를 파리채 삼아 휘휘 저어도 막무가내다. 저쪽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하다가 누가 부르기라도 한 듯 금방 다시 날아온다. 컵 언저리에도, 머리위에도, 바지자락를 걷어올린 다리에도 제멋대로 앉아 까드락 거린다. 천리마 꼬리에 쉬파리처럼 정말 귀찮다.

좋다. 네가 자꾸 그렇게 짓궂게 감겨들면 어디 보자. 날 무정하다고 탓하지 말라. 난 결코 달라이 라마가 아니다. 달라이 라마는 대자대비하신 라마교도라 세상의 모든 생령을 귀히 여겨 모기가 아무리 모질게 피를 빨아도 만포식한 모기가 스스로 자리를 뜰 때까지 괴로움을 참고 견딘다지만 나는 아니다. 너 따위 생명쯤은 안중에도 없다.

신문지를 여러 겹으로 접어 괘씸하게 구는 놈부터 후려쳤다. 그런데 요놈들도 어느새 낌새를 챘는지 내리치기만 하면 약삭빠르게 피한다. 괘씸한 놈들이 숨바꼭질하듯 날아갔다가는 ‘어디 재간 있으면 또 쳐봐!’ 하며 놀리기라도 하듯 또 날아온다. 수차 헛방을 치고나니 슬그머니 약이 오른다. 한놈이 펼쳐놓은 사전 한가운데 오만하게 올방자를 틀었다. 요놈! 벼락같이 날쌔게 후려쳤다. 명중이다! 헌데 너무 끔찍스럽다. 알 비슷한 시허연 물체가 낭자한(?)가운데 파리가 착 달라붙은 듯 쓰러졌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다. 괘씸하던 생각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측은지심이 살포시 고개를 든다…

처참하게 쓰러진 파리도 파리지만 책이 더욱 가엾다. 얼굴을 찡그리며 휴지로 열심히 닦아내도 오물 자국이 역력하다.

다시 역정이 난다.

괘씸한 놈, 살아서 귀찮게 굴더니 죽어서까지 더럽게 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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