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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조선족 수필] 벽돌, 날벌레
2007-01-16 17:41:17

벽 돌

    “引玉之砖(옥을 얻기 위한 벽돌)”이란 한자성어를 떠올린 데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 공연한 노파심의 발로인지도 모르겠지마는 내 본의와 상반된 굴절된 모습으로 여느 이의 심중에 각인될까 염려스러워 하는 소리다.

    단 하루의 오차도 없이 매 달 20일에 출간되는 ‘광장’, 이 잡지와 더불어 온 지도 만 1년이 훌쩍 지났다. 매달 20일 오전, 인쇄소에서 자동차로 실어온 ‘광장’을 부리고 옮길 때마다 언제나 에누리없이 네 묶음씩이다. 한 묶음에 여섯권씩이니 24권인 셈이다. 무게는 대중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고, 애초부터 지금까지 내내 네 묶음이다. 간혹 다섯, 여섯 묶음을 나를 때도 있다. 회사에서 나이가 제일 지긋한지라 하는 짓(?)이 안쓰러운지 “두 개씩 나르세요.” 하고 곁에서들 귀띔한다. 하지만 결코 공연한 객기도 과시도 아니고 네 개가 안성맞춤이어서 그럴 뿐이다. 허나, 어떤 이들이 두세 개에서 네 개로 바꿀 때면 무언 중 옆사람이 의식되면서 종중(从众대세를 따르다)심리를 반추해 본다. 그러나 분식하지 않은 내 본심이기에 “눈치코치도 모르고” 내 멋대로 언제나 네 개씩이다.

    지난 10월 초순에 50원짜리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당고(塘沽)를 다녀온 적이 있다만 결코 만용도 시위도 아니다.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졸렬함도 아니다. 신체단련의 차원에서 스스로 원해 쾌히 행했을 뿐이다.

    얼마 전 토요일에 있는 청소도 그렇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테이프를 붙였다 뜯었다 하다 보니 사무실 바닥 여기저기에 고정시킨 인터넷 선 주위에 오물이 시꺼멓게 들어붙어 보기 흉하다. 진작 눈에 거슬렸으나 차일피일하다가 마침내 손을 댔다. 토요일 아침마다 청소를 하지만 걸레질만으로는 바닥에 착 달라붙은 오물을 제거할 수 없다. 꿇어앉아 쇠붙이로 긁었다. 한참 긁다가 더워서 조끼를 벗으며 보니, 어느새 청소를 끝내고 각자 제 일에 골몰이다. 일순 싱거운 생각이 들었지만 내친 김이라 깨끗이 마무리했다.

    차를 마시며 땀을 식히노라니, 느닷없이 지난 5월 어느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날 청소 뒤 끝에 사무실 바닥에 무질서하게 늘여져 있는 인터넷 선을 두꺼운 종이로 감고 테이프로 고정시키는데 장부장이 “젊은 사람들을 민망하게 한다.”고 핀잔(?)하면서 거들어주었고 수고했다고 치하하며 생각밖에 점심까지 산 적이 있다. “添砖加瓦”란 적은 힘이나마 이바지함을 말하고 “众志成城”이란 뭉친 힘의 거대한 위력을 뜻한다. 종이장도 맞들면 가볍거늘, 뜻을 합친다면 태산인들 무거우랴!

날벌레
 

    단돈 1원이면 생생한 고추를 비닐봉지 하나에 가득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요염한 꽃도 한철이듯 이 가을만 지나가면 고추값도 껑충 뛰어오를 것이다. 겨우살이 준비로 고추를 몇 주머니 사서 가위로 썰어 베란다에 말리웠다. 출퇴근 때마다 명심하고 고추를 이리저리 휘저어놓았다. 그런데 얼마 안지나 어디서 생겨났는지 자그마한 날벌레들이 날아다닌다. 고추를 저으면서 보니 날벌레들이 고추에 가득하다. 그래도 시초엔 괜찮았었는데 며칠사이에 날벌레가 무리 지어 날친다. 젓가락으로 고추를 휘저을 때마다 날벌레떼가 풍기듯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앉는다. 종이를 덮어도 쓸데없다. 신기한 것은 고추가 차츰차츰 말라가자 날벌레들이 점차 사라져버린 것이다.

    “파리는 금이 가지 않은 알에는 붙지 않는다.(苍蝇不抱无缝的蛋)”, “썩은 고기에 파리가 모여든다.(臭肉来蝇)”는 말이 있다. 즉 달걀과 고기 자체에 이상이 없으면 파리가 모여들리 없다는 것이다. 옳거니, 고추를 썰어 널지 않았으면 날벌레들이 모여들지 않았을 것을… 날벌레보다도 날벌레를 불러온 고추가 문제의 장본인이었음을 나중에 깨쳤다.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인간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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