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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국 땅을 밟고 (4) [112호][옛날이야기]
2007-02-13 16:08:04

 

내가 중국을 오게 된 동기는 한국에서 생산하여 수출하던 수출품이 당시 정치정책으로 노조가 출현하여 매일같이 데모하느라 수출품이 도저히 한국에서는 경쟁을 할 수 없게 되어 부득이 중국에 와서 생산하여 수출코자 했던 것이었으나 중국에 투자했던 공장이 별로 신통칠 않아 아예 운영에 참견 안하기로 하였다. 참견하면 할수록 내 주머니 돈이 나가게 되며 간섭 안하고 있는 것이 덕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공장일에 간섭 안하기로 하였더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리하여 중국에 오고 싶어 하는 주위의 많은 분들의 일을 도와주기 시작 하였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각지를 관광이 아닌 사업차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계기가 되어 북쪽으로부터 남쪽까지 많은 곳을 가게 되였다. 북경, 천진, 하북성의 대소도시는 물론이요  북쪽은 쟈무스(佳木斯)로부터 티에리(鐵力),  할빈, 장춘, 사평, 길림, 철령, 심양, 안산, 대련으로 그리고 용정, 연길, 도문, 훈춘, 목단강, 계서, 벌리까지, 중부는 산서성의 태원, 임분, 그리고 서안, 사천성의 성도 까지, 산동성의 청도, 위해, 연태, 제남, 곡부, 덕주, 양신 까지, 하남성은 개봉, 상구, 민권까지, 남쪽으로는 상해, 소주, 무석, 남경, 항주, 영파 까지, 영파에서 해안을 끼고 광주까지 가는데 온주, 복주, 하문 까지,  또 광주에서 동완, 심천 까지, 그리고 해남도 까지 참으로 많은 곳을 다녔다. 


그동안 거의 사업차 다니느라 정작 가보고 싶은 곳을 못 갔기에 앞으로는 틈을 내서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보려고 한다. 중국에 살면서 중국의 좋은 곳을 못가본데야 말이 되나 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잘 안되고 있으니.


중국의 많은 곳을 다니면서 중국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서울 살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사시는 고향인 옥천을 갈려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년에 설날과 추석날 2번 정도만 갔었다. 그것도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듯 아주 큰 행사였다. 기차로  2시간 거리인데도 말이다.


중국에 오니 2시간거리는 이웃이요 한번 기차를 타면 10시간정도는 아주 가까운 곳이고  2-30시간은 보통이었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중국을 다녀본 사람은 우리나라가 너무 작은 나라라는 것은 느꼈을거라 본다. 그러나 중국의 어느 곳을 가도 중국의 한 성의 절반도 안 되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온 나를 너무나 부러워하며 극진히 대접해주는 중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명예를 위하여 행동을 더욱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였다.


한국에 있는 어느 분이 중국의 면타월을 수입하고 싶다하여 수소문 하였더니 산서(山西省)의 태원(太原)에 아주 큰 타월공장이 있다하여 가보게 되었다. 우선 기차표를 사는데 여권이 필요 했고 일반 중국인은 160원 하는데 나는 400위안 가량을 지불하고 기차표를 샀다. 그 무렵은 외국인에게는 무엇이든지 비싸게 받던 때였다. 북경을 거쳐 석가장을 경유하여 산서성(山西省)을 들어가는데 양쪽에 높이가 10m나 되는 언덕을 깎은 절벽사이로 기차가 가고 있었다.  돌로 쌓은 절벽이 아니라 맨 흙의 절벽인데도 수십 년을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 하였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 절벽 중간에 굴을 파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산서성(山西省)은 고원지대이다. 그리고 전 성의 거의가 1m만 파도 지하에 석탄이 나온다고 한다. 남쪽 린푼(臨汾)까지 가는 철길 가에는 높은 굴뚝들이 계속하여 서 있었다. 각 지방정부가 그 석탄을 코크스로 만들어 팔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포항제철소 에서도 이곳 코크스를 수입해 간다 하니 너무나 부러웠다.

태원까지 기차로 12시간이 걸렸다. 할빈까지 18시간, 연길까지 28시간 걸리니 12시간은 이웃과 마찬가지다.

미리 연락을 하였으므로 기차역까지 사람이 마중을 나와 같이 면타월 공장을 방문하였는데 그 공장은 상상한 것보다 너무나 컸다. 시설도 서독서 들여온 어마어마하게 큰 자동기계 수십 대가 돌고 있었으며 종업원도 수천 명이란다. 타월의 생산 뿐만 아니라 각종 면 내의 등 다양한 면제품이 생산부터 가공까지 하고 있었다. 그 공장이 있는 부락은 전부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직원들의 자녀교육을 위하여 탁아소, 유치원은 물론 소학교에서부터 중고등학교 까지 이 공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다. 그때로서는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공장이었다. 상담이 끝나고 태원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천진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기차표를 부탁하였다. 그런데 기차표가 없단다. 난감하였다. 나는 천진에서 다음날 중요한 약속이 있어 이날 꼭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회사의 운전수가 걱정 말라며 나를 태우고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표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플랫폼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거기 서있는 역무원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기차가 들어와 침대차가 우리 앞에 섰다.  침대차에서 차장이 나왔다. 차장은 30대 후반쯤 되는 여자 차장이 였는데 역무원과 뭐라 이야기를 나누더니 나보고 그냥 타라며 표는 기차 안에서 사란다. 차안에는 창가의 의자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있다가 여차장이 나에게 다가와 아래 칸 침대를 주면서 100원만 내란다. 고마워서 50원을 더 주었더니 처음엔 한사코 사양하더니 돈을 받으며 자기 명함을 나에게 주면서 앞으로 필요하면 전화를 하라고 하였다. 

   그 후 1995년에 계서(鷄西)에 볼일이 있어 간 적이 있었다. 우선 할빈으로 가서 목단강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기에 할빈까지 먼저 가서 하룻밤을 자고 할빈역으로 갔다. 할빈역은 1946년 내가 17살 때 한국으로 가기 위해 그 해 늦가을에 기차를 탔던 곳이다. 그때는 역앞에 “이토 히로부미”의 동상이 있었는데 하고 그때 생각을 하며 기차를 탔다. 이 기찻길은 나에게는 아주 잊지 못할 추억이 너무나 많은 곳이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니 공연히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50년 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아성(阿城)역에 도착 하였다. 이 역은 내가 17살 되던 해에 총을 메고 보초를 섰던 곳이며 그 해 봄 어느 날 플랫폼에서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미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서로 바라보면서 이별을 했던 곳이다. 그리고 2,500여명의 일본사람을 일본으로 귀국 시킬 때 까지 내가 보호를 담당했던 곳이기도 하고 그 해 가을 철조망을 뚫고 할빈으로 도망을 쳤던 곳이기도 하다. 기차는 옥천(玉泉)을 지나 소령(小岭)역을 지나고 있었다. 이역은 17살 어린나이에 이곳에서 첫 전투를 했던 곳이다. 언덕에 있던 역은 여전한데 예전 그 조그만 마을은 시멘트가 생산되는 바람에 아주 큰 마을이 되어 있었다. 산모퉁이를 돌아나가니 저 멀리 평산(平山)이 보이기 시작 하였다. 이곳이 내가 9살부터 17살 까지 살던 곳이다. 내가 쟈무스에 있는 중학교에 공부하러 갔다가 1945 86일 소련군의 진주로 길이 막혀 그 해 1010일 겨우 소련군의 화물열차를 얻어 타고 새벽1시에 온천지가 눈이 시도록 밝은 달밤에 아무도 없는 적막한 정거장에 내리면서 가슴 벅찼던 일, 전쟁 통에 내가 죽은 줄만 알았다가 밤중에 찾아온 나를 보고 온 식구가 눈물을 흘리시면서 기뻐하시던 일 등, 그때의 그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해방과 동시에 모든 친척들과 우리집 식구는 한국으로 귀국 하였으나 17살이 된 나는 의용군으로 우리 형님은 간부교육장으로 차출이 되어 1946년 까지 남아 있었으나 이해 늦은 가을 할빈서 형님을 만나게 되고 그 후 계속하여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연변에 살고 계시는 당고모부네 식구가 사시던 몰산()을 지나  상지(尙誌)를 거쳐 형님이 중학교 다니시던 일면파(一面坡)를 지나 야부리(亞布力)역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평산(平山)에 정착하기전 잠시 살았던 곳이다, 모두가 추억의 고장이니 감개가 무량하였다. 목단강역을 출발하여 목단강의 철교를 지나면서 강을 내려다보며 194510월에 이 철교를 지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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